평평서울

 

  • 이 글은 이승빈 (2021). 도시 사이의 잡종적 파편들: 접힌 세부구역과 모빌리티 인프라. 이승빈·김영대·신지연 (편), 〈잡종도시서울〉(pp. 101-183). 서울: 공간주의의 일부분입니다. 글의 전문 및 인용은 해당 서지정보를 참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도시 사이의 잡종적 파편들: 접힌 세부구역과 모빌리티 인프라

(4/6) 평평서울-버추얼서울, 스마트지도, 블라인드스팟

“실외에서 실내까지 과거에서 미래까지” 에스맵(S-MAP)은 서울특별시에서 제공하고 있는 디지털 3차원 지도의 이름이다. 에스맵의 이용자들은 기본적으로 복제된 (디지털)서울 시계 내부의 전역을 버드아이뷰로 내려볼 수 있으며, 지도의 확대·축소와 기울기 등 마우스를 통한 손쉬운 인터페이스 조작이 가능하기에 편리한 도시의 관찰이 가능해진다.

위는 에스맵 최초접속시점의 좌표를 기준으로, 서울시청사를 중심으로 하는 기울임 각도 90도의 버드아이뷰 화면이며, 아래는 같은 장소를 기울임 각도 13도로 다시 본 것이다. 여기서 도시공간은 이용자가 설정하는 관점에 따라서 ‘다르게’ 보여진다.

“그 도시를 보기 위해 도시 한가운데에 서 있으면 그것은 전혀 다른 도시처럼 보일 수 있다. 이레네는 멀리서 본 도시의 이름이다. 가까이에서 본다면 도시의 이름은 달라진다.”(이탈로 칼비노, 1972/2007)

이처럼 디지털 스캔과 3D화를 제공하는 가상 플랫폼으로서 에스맵의 기능 활용을 통해 디지털 이용자─기본적으로 “안전, 환경, 도시계획 등 다양한 분야의 정책 수립 지원 및 도시문제 해결을 위한” 것으로 맞춰져 있는바 해당 부문의 실무자들을 중심으로 상정된 이들, 그러나 이들만으로 환원되지 않을 (디지털 도시화의 맥락을 포함하는) 도시행위자─들은 도시경관을 ‘다르게’ 볼 수 있는 눈을 취득한다. 기울임과 확대는 인터페이스의 가장 간략하고 기본적인 예시일 뿐이다.

“지도에는 지질도와 등고선 등 지반 정보와 약 60만 개의 건물, 교량과 터널 등 각종 시설물, 상하수도·가스·전기·통신·난방의 지하시설물 등 건물 정보가 입체적으로 구축되어 있다. 행정 경계, 지하철 정보, 건물명, 측량기준점 등의 정보를 지도에 덧대거나 제거할 수 있고 통행 불편 지역, 사고 및 공사 지역, 교통정보 등도 확인할 수 있으며 건물별 명칭, 주소, 면적, 공시지가 등에 관한 정보까지 통합되어 있다.”(최은화, 2021)

그 ‘눈’의 다각화는 에스맵에 이미 통합되어 지원하고 있거나 향후 추가통합을 통해 지원예정인 복수의 레이어를 겹쳐봄으로써 보다 다양해지고 정치해질 수 있다─특히 GIS에 투입하는 신뢰할 수 있는 정보의 질적·양적 한계라든지, GIS 활용 자체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안으로서 디지털 도시화를 경유하는 공간문화정치적 도구함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에스맵에 관한 간략한 정치적 모색(?)은 <잡종도시서울> 도서의 원문참조. 보다 상세한 이야기는 추후 후속작업을 기약해본다).

이전 작업과정에서 에스맵을 활용해 시각화를 시도했던 도시세부구역으로서 서울 서부역 일대의 2013년/2020년 시기별 비교(캡처 이미지). 만리재로 동측부를 중심축으로 설정했다.

이처럼 에스맵이 당장의 저자-전략적 유용성은 물론, 미래 시제의 독자-전술적 활용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공공’ 스마트 지도임은 어느 정도 분명해 보인다. 솔직해지자면, 사실 나 역시 앞서 발표한 논문에서 에스맵을 현장에서의 질적관찰 및 GIS 기반의 다른 지도와 견주며 간략하게나마 활용해볼 수 있었고─그것이 해당 논문의 중심작업이라기보다는 논지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의 간략한 보조 작업이었음에도─에스맵으로부터 충분한 유용성을 확인해볼 수 있기도 했다. 이에 나는 지금 쓰고 있는 이 글의 작업에서도 에스맵을 활용하고자 했다. 그런데 구상 과정에서 간과했던 중요한 차이가 있었다. 앞선 논문 작업은 서울의 중심부 내지 그 인접지역(역사적 의미의 “진짜 서울” 또는 성저십리 지역)을 필드로 하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당시 활용한 에스맵 지도에서는 (‘최소한’ 시스템의 지원 범위 내에서만큼은) 볼 수 없는 영역은 존재하지 않았다. 덕분에 당시 에스맵은 담론 상의 도시의 블라인드 스팟(blind spot)을 가시화시키는 데에 있어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반면 이 글이 다루고 있는 도시 ‘사이’의 공간에서는 달랐다.

에스맵을 활용해 겹쳐짐의 영역, 도시 사이 공간에 접근하고자 했던 스스로의 시도를 다시 캡처해 보았다. 위는 바로 앞선 절에서 다루었던 도시세부구역을 다시 살핀 것이다(오늘날의 행정구획을 기준으로, 서울특별시 강서구 방화2동과 공항동, 경기도 김포시 고촌읍 전호리, 인천광역시 계양구 계양3동에 해당한다). 아래는 차이가 보다 극명하게 드러나는 세부구역의 하나로 안양천과 시흥대교 주변의 모습이다. 오늘날의 행정구획을 기준으로는 서울시 금천구 시흥동, 경기도 광명시 소하동 일대에 해당한다. 이들 각각은 역사적으로 수십 년간 하나의 군에 해당하던 지역이거나, 여전히 상호 관련된 지목과 토지이용계획을 가지고 있는 등 유사성을 갖는 영역이다.

요컨대 이곳은 행정경계로 나뉘어 있더라도 역사적이면서 지리적인, 결국 사회-공간적인 연접성과 연관성을 갖고 있다. 경계들의 영향이 부분화되어 작동하는 접경지대인 것이다. 또한 안양천과 같은 오래된 자연 경계는 물론, 아라뱃길과 같은 새로운 건조된 경계 역시 행정경계와는 또 다른 경계로 작동하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 세부구역을 파악하는 데에 있어 서울, 경기, 인천이라는 광역지방자치단체 간 행정경계상 ‘내부도시’ 중심의 시각화는 즉각적으로 한계에 봉착하게 된다. 이곳의 사정은 스마트지도의 설계자들이 상정하였을, 서울의 이너시티 영역과는 분명하게 다르다.

2010년대 건조된 운하인 아라뱃길로 인하여 김포시의 대부분 영역인 김포반도(인천 서구 검단 및 계양구와 서울 강서구의 일부 포함)는 교량이나 지하철을 지나지 않고서는 접근이 불가능한 이른바 ‘섬’이 되었다. 이는 흔히 ‘김포섬’이라고 불리며, ‘검단섬’으로 부르기도 한다. 물론 학술적 엄밀함을 따지자면 인공적 운하에 의한 지역을 일반적으로 섬으로 칭하지는 않는바, ‘김포섬’이라는 말은 분명 농담에서 출발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후 ‘김포섬’은 단지 지형지리 애호가들의 농담만은 아니게 되었는데, 이 ‘김포섬’의 구성을 근거의 하나로 김포시는 옛 영역인 검단의 반환을 요청하였고, 또한 ‘김포섬’ 바깥 ‘육지’에 해당하는 고촌읍 전호리 남측부 주민(특히 토지소유자)들을 중심으로 김포로부터의 독립과 서울로의 편입이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에스맵의 시각화는 서울시계 바깥을 흐리게 칠하거나(2020년 데이터), 혹은 아예 암흑화하며(2019년 데이터) 블라인드 스팟으로 만든다. 에스맵의 데이터들이(가령 도로망, 스카이라인 분석, 이미 레이어로 설정한 바람길 등) 이들이 실질적으로 연관되어 있음을 계속적으로 ‘주장’하지만 에스맵의 결정적인 시각화는 결국 이들을 결정적으로 배제하고 있었다. 이로써 에스맵에서 재현되는 서울은─특히 서울의 끝부분은─흡사 세상 끝의 풍경이 된다. 여기서 서울은 흡사 암흑의 우주 위에 떠 있는 지구 평면론자들의 도시, 혹은 (도시 작동의 모든 메커니즘을 도시 내부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식으로) 다른 세계-우주와는 관계를 맺지 않고 있는 일종의 이세계처럼 보이게 된다.

우리는 앞서 서울 면허의 ‘빨간버스’로부터 광역지방자치단체 서울이 택하고 있는 일종의 지전략을 포착할 수 있었다(이는 시장이나 시의회의 집권 정당과는 별개로 일관된 원칙처럼 기능하는 것이기도 했다). 거칠게 비유컨대 서울이 ‘서울 시민권자’를 위한 도시, (법인격을 포함하는) ‘납세자’를 위한 도시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또한 기존 세부구역들의 겹침을 끊어내며 별개의 도시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간략히 짚어보기도 했다. 이어 우리는 디지털로 옮겨진 서울에서도 사실상 동일한 (암묵적) 논리와 과정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주변 도시를 흐리거나 어둡게 칠하는 방식으로. 그 암묵적 논리와 구도는 이른바 ‘버추얼 서울’을 위해 에스맵을 구축·제공하고 있는 것이 서울시이고, 서울 소재 도시공간으로부터의 세금으로 운영되기에 서울만을 담아낸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암묵의 논리는 원칙적으로 서울이 실질적으로 다른 도시들의 연관계를 전제함으로써만 작동할 수 있음을 망각하고 있다. 또는 망각하게 만든다. 이는 (설령 납세자의 권리와 수익자 부담이라는 자유주의적 지방자치의 원칙을 인정하더라도) 서울의 내부 구역을 파악하고자 하는 에스맵의 고유한 목적마저 훼손하게 된다. 서울의 대다수 범위가 사실 서울이 아닌 곳을 편입하면서 만들어졌고, 그렇기에 “주변 도시”와의 관계를 떼어놓고 분석될 수 없음을 무시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이에 따라 서울을 둘러싸고 펼쳐진 서울보다 더 광활한 블라인드 스팟들은 결국 서울 행정시계 끄트머리에 위치한 동네들, 일종의 ‘마디’로서 기능을 분명히 하고 있는 도시세부구역들의 분석에 있어 스스로의 활용 가능성을 저해할 우려를 갖는다.

좌우를 막론하고 서울의 결정권자들은 서울이 ‘사람’의 도시라는 것을 공통적으로 구호로 내세운다. 그러나 공공 데이터로 만들어진 ‘버추얼 서울’의 날카롭기까지 한 구획 자르기와 달리, 서울시민이나 주변도시민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의 심상지리에서 서울과 주변도시의 심상적 경계는 여전히 꽤나 모호하게 다뤄진다. 이를테면 서울 대도시권에 대한 심상지도로 오늘날 인터넷 밈의 지위를 ‘취득’하게 된 이미지 “서울 사람이 그린 서울지도”를 떠올려 보게 된다. 이 글이 특히 주목하고 있는 도시 사이의 접힌 세부구역과 연관지어 주목해볼 수 있는 해당 이미지의 주요한 특징 중 하나는 서울시계 안과 밖의 김포군 영역의 일정을 김/포로 나누어 묘사했다는 점이다.

물론 에스맵 그 자체에게 경기도와 인천의 맥락들을 모두 소개할 것을 요청하는 것은 과도한 요구일 수 있다. 다만 이 절은 에스맵의 ‘버추얼’이 시내 중심지 지향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지적하며, 이를 최소한 망각하지 않을 것을 요청한다. 따라서 도시기능적 마디로서의 ‘연접지’에 대해서만큼은 정보의 수집과 인터페이스를 통한 시각화 방식의 제공이 필요하다는 점을─혹은 다른 지자체와 협력을 통해 보다 넓은 범위를 함께 구축해볼 수도 있다는 점을─이야기하는 수준에서 맺고자 한다(에스맵이 단지 메타버스로서 버추얼서울의 ‘맵’으로만 존재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주장하는 것처럼 안전, 환경, 도시 공간의 계획에 이르는 도시의 실질적인 전 부문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도구함이기 위해서는 더욱 그렇다). 도시실체와 도시과정을 포괄하여 서울의 도시 실재계는─그리고 심상지리의 차원에서 사람들의 기억에 기댄 도시 상상계는─디지털 환경에서 지자체 논리의 주도로 다시 연출된 도시 상상계와는 달리, 암흑의 바다 위에 위치하는 플랫한 이세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도시 사이의 잡종적 파편들: 접힌 세부구역과 모빌리티 인프라 (웹이식판)

 

이승빈

플랫폼 공간주의를 기획했고, 동료들과 함께 관여한다. 도시계획과 문화연구를 전공했고, 박사과정에서 두 영역의 관계(맺기)를 고민하고 있다.